이 글은 조선일보 '쫌아는기자들' 임경업 기자가 인터뷰한 글입니다.
매쉬업엔젤스가 매쉬업벤처스로 이름을 지난 2월 바꿨습니다. 단순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사명 변경에 대한 이택경 대표의 덤덤한 글과 같이, 다음 창업 이후 매쉬업벤처스를 설립한 동기와 변화한 투자 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매쉬업벤처스는 초기 투자, 액셀러레이터로 유명했고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도움을 받길 원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택경 대표는 다음의 창업 멤버이자, 매쉬업벤처스 설립 이후 오늘의집,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캐시워크 같은 스타트업 투자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이택경 대표가 보는 초기 투자 시장에 대한 관점과 매쉬업의 차별화 전략, 그리고 창업자를 위한 조언입니다. (인터뷰는 올해 초. 사명 변경이 있기 전에 진행됐지만, 사명 변경의 배경에 대한 이택경 대표의 관점은 같습니다.)
작년 16개팀 투자, B2B와 AI에 집중
“작년 총 16개 팀에 투자했어요. 최근에는 평균 투자 규모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증가해 약 3억에 가까워졌죠. 과거에 B2C 커머스 분야에 70% 이상을 투자했었는데, 최근에는 B2B 부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실제로 재작년에는 B2B와 B2C가 거의 반반 비율로 나뉘었고, 작년은 B2B 투자 비중이 더욱 증가했어요. 특히 AI와 기술 중심의 B2B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작년 투자한 16개 팀 중 6개가 AI 관련 기업이었어요.”
Q. 매쉬업벤처스는 원래 B2C 플랫폼 투자에 강점이 있던 곳 아니었나요.
”B2C 시장은 이제 문이 많이 닫혔다고 생각합니다. 매쉬업은 AI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있는 SaaS에 대해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B2C 메가트렌드를 놓치진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은 과거부터 민간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여러나라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죠. 그렇다고 해서 꼭 반도체 분야가 투자적으로 뜬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투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자가 관심 갖고 보는 트렌드가 있겠지만 그 트렌드에서 꼭 이제 혁신이 나오는 게 아니죠. 의외의 영향에서 혁신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오픈 마인드를 열어놓긴 합니다. 가끔 후기 투자자분들 중에선 B2C 영역을 아예 회피하는 분도 있지만, 저희는 초기 투자 집중이고요. 물론 B2C 초기 스타트업에 괜찮은 팀들이 있지만, 작년부터 아이템이 포화가 됐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듭니다. 아이템 자체가 신선하면 시장이 너무 작거나, 아니면 이미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아이템이거나요. 반면 B2B나 기술 분야는 시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우수한 팀들과의 만남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어, 자연스럽게 매쉬업의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요.”
Q. 최근 몇 년간 시장이 어려웠습니다. 후기 투자 VC들은 ‘장이 어려울 때는 초기 VC 사정이 낫더라’라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일부는 맞습니다. 시드 투자 자체는 이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2~3년뒤 입니다. 시장에 대한 예측은 엇갈립니다. 혹자는 ‘내년 장이 안 좋다’고 하고, 혹자는 ‘내년부터 회복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런데 초기 투자는 2~3년 뒤를 보고하는 투자라, 단기간에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3년 뒤 기업이 본격 성장 단계에 장이 좋아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스타트업 입장에선 혹한기, 투자사 입장에선 장이 좋지 않을 때에도 매쉬업 같이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사정이 조금 낫기는 합니다. 그런데 최근엔 시드나 A라운드 투자도 난이도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투자 경쟁이라고 해야할까요? 시리즈 C,D 등 후기 투자를 하셨던 투자사분들이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거든요. B2C 스타트업을 적게 보고, 대형 VC 중에 초기 투자 영역을 확장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렇다보니 전반적으로 Pre A 라운드 정도만 되어도 다들 눈높이가 높아지고 깐깐해지는 것들도 있고요.”
Q. 그렇다면 ‘시장이 좋을 때’와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대표님의 기준도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까?
”매쉬업의 투자 자금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 평균 1년 반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사이 스타트업이 세운 가설을 모두 검증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뭐랄까요. 투자사로서 ‘실패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해봤구나. 이 팀이 돈이 부족해서 실패하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단계요. 매쉬업이 투자한 회사들이 후속 투자 못 받고, 자금 확보를 못해서 문을 닫으면 저와 우리 구성원들도 허무하고 아쉽습니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팀이 되는 것이죠.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결국 매쉬업이 더 눈높이를 높일 수 밖에 없습니다. 1년 반 뒤에 우리가 아니라 다른 투자사한테도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계획과 팀을 가진 곳에 투자하는 것이죠. 두 가지 부류, ‘빨리 성과가 나올 팀’과 ‘여기는 성과가 좀 늦게 나겠지만 대기 만성인 팀’ 입니다. 벤처투자 자체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본질이다보니 여전히 하이리턴에 메리트를 느끼는 부분도 있거든요. 하지만 매쉬업이 아닌 다른 투자사가 보더라도 하이리턴을 기대할 수 있는 팀에 투자하는 겁니다.
창업 열기가 식으니 초기 투자 경쟁 더 치열... “2인 1조 전담마크, 차별화 가능”
Q. 과거엔 초기팀은 담대한 미션, 큰 비전만으로도 투자 유치가 가능했는데요.
”Pre A 투자를 보면, 과거엔 제품에 대한 지표가 불완전해도 팀의 비전이나 목표 만으로도 투자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시드 투자 이후 1년 정도 안에 KPI가 나와야 돈이 떨어지기 전에 자금 수혈이 가능합니다. 투자사도, 스타트업도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매쉬업도 포트폴리오사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투자 유치엔 ‘지표 설득’과 ‘비전 설득’이 있다. 그런데 이제 비전 설득이 먹히지 않는 시대다고요. 아, 예외는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비전이 있다면요.”
Q. 매쉬업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B, C 라운드에 투자 유치가 어렵다면, 매쉬업에게도 좋지 않은 일입니다.
“두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우선 창업 시장이 전보다 풀이 죽었습니다. 매쉬업이 투자한 팀의 80%이상은 저희가 첫 투자자입니다. 창업자들을 만나면, 과거보다 창업 캠프나 대회 열기가 많이 식었다고 하더라고요. 경기가 안 좋으니 젊은 인재들도 창업 시장보다 취업 시장으로 많이 나가는 셈이죠. 안타깝습니다. 오히려 창업자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그때부터 다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고, 지금 한 발 앞서 있어야 그 과실을 누릴 수 있는데 말이죠. 둘째는 이 여파로 역설적으로 시드 라운드 밸류가 다운이 안 됩니다. 창업팀 모수가 줄어들다보니, 괜찮은 팀, 인기있는 창업팀은 밸류가 오히려 과거보다 올라간 것 같습니다. 식당으로 따지면 식재료비는 올라가는데, 음식값을 내려야하는. 이런 샌드위치 환경에 놓인 셈이죠.”
Q. 그래도 초기 투자사로 매쉬업을 선호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있을텐데요. 매쉬업이 다른 액셀러레이터, 투자사와 무엇이 다른가요. 그 강점이 있어야 치열한 초기 투자 경쟁에서 매쉬업의 돈과 멘토링을 받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창업자 출신의 파트너, 스타트업 출신의 심사역이 2인 1조가 되어서 한 팀을 전담마크 해줍니다. 2인 1조인 이유는 두 매쉬업 구성원의 의견과 멘토링을 크로스 체크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보다 큰 것은 우리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공중에 붕 뜨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VC에서도 느끼는 일일텐데, 이 투자를 주도하고 회사를 관리하던 심사역이나 파트너가 회사를 나갈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포트폴리오사도 붕 뜨게 됩니다. 아무도 케어를 해주지 않는 상황이요. 특히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 이렇게 붕 뜨는 경우는 더 심각해집니다. 후속 관리를 맡은 누군가 오겠지만, 이건 애정이나 책임감이 투자를 결정했던 심사역과 같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꼭 2인 1조를 편성해서 문제의 확률을 크게 줄입니다. 매쉬업에는 파트너를 제외하고 심사역이 총 5명이 있는데요. 모두 스타트업 공동창업을 했거나, 구성원으로 있었거나. 모두 어떻게든 스타트업을 경험했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Q. B 라운드 이후, 혹은 C와 D 라운드에 주력 투자를 했던 VC들도 초기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곳들이 있습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매쉬업처럼 액셀러레이터로 시작한 곳과 분명 차이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팁스의 경우, 매쉬업은 팁스 시작 몇 주 전부터 자료를 같이 만듭니다. 스타트업에게만 맡겨두기 않습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들의 페인포인트, 투자 유치 과정을 겪어보지 않은 VC들로부터는 이런 서포트를 얻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쪽에선 매쉬업,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를 주력으로 했던 곳들이 전문성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VC들은 뒷단의 투자에 전문성이 있겠지만요.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초등학생을 잘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만, 초등학생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잘 가르치고요.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수학선생님도 고등학생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잘 가르치긴 어려운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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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에 포함된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 보고 투자하는 초기 투자, “좋은 창업팀 핵심은 러닝커브와 커뮤니케이션”
Q. 그런데 최근 VC 트렌드는 B2B와 소부장 등에도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은데요.
Q. 독자인 스타트업들을 위해서 ‘이런 스타트업이 투자 받기 쉽다’ 혹은 ‘이런 스타트업에 좀 더 투자하게 된다’고 노하우를 알려준다면요.
Q. 매쉬업은 지표를 보고 투자를 하진 않습니다. 대표님과 매쉬업은 무엇을 보나요. 역시 창업자와 팀인가요?
Q. 좋은 창업팀의 요소는 무엇입니까. 학력이 중요하다는 말이 많은데요.
창업팀을 위한 조언 “지금이 창업할 때! 목표와 기준을 기관, 투자사에 두지마라”
Q. 작년 11월 275억원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Q. 이미 다음으로 한 차례 성공을 하셨고, 재창업이나 다른 여러 길도 있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Q. 다음도 과거 IT 버블이 꺼졌던 시절, 어려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Q. 최근의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