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Web3)’란 웹 유저들의 데이터, 개인정보를 플랫폼이 아닌 개인이 소유하고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갖는 형태의 웹을 말합니다. 블록체인과 같은 탈중앙화 웹이 바로 Web3인데요. 이러한 Web3에 엔터테인먼트라는 접점을 만들어 대중성을 지닌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셀러브리티(이하 셀럽)를 포함한 개인 NFT(대체불가토큰) 거래 및 투자 서비스를 만드는 비트블루입니다. 비트블루 주상식 대표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팬이다’라는 회사 슬로건에 걸맞게 나중에는 셀럽뿐 아니라 누구나 비트블루에 자신의 아이디를 올리고 NFT로 발행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14일 강남역에 소재한 비트블루 사무실에서 주상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비트블루 창업 전
Q.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의 가치지표 구현과 NFT 대중화를 통해 Web3 문화를 만들어가는 비트블루의 주상식입니다.
Q. 대표님 이력을 보고 놀랐어요. 비트블루 창업 전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서 17년간 일하면서 CTO 및 CISO를 역임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서비스 개발 면으로는 대한민국 최초의 합법 음악 스트리밍 다운로드 플랫폼 ‘아이라이크팝’ 구축과 AWS 클라우드를 네이티브 플랫폼으로 하는 노래방 서비스 ‘에브리싱’ 제작을 맡았습니다. 에브리싱은 SBS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에서 사용하는 서비스이기도 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서비스였고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죠. 당시엔 AWS 한국지사가 없을 때라 본사 담당자가 직접 한국으로 와 협의하며 설계했고, AWS를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룹 ‘엑소’, ‘에스파’와 직접 연관된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엑소의 글로벌 팬클럽 ‘EXO-L’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고, 메타버스 아이돌 콘셉트인 에스파의 가상캐릭터 ‘ae-카리나’, ‘ae-윈터’, ‘ae-닝닝’, ‘ae-지젤’과 버추얼 AI 캐릭터인 ‘나이비스’ 제작에 참여했어요.
이외에도 ‘CT-AI Lab’이라는 미래기술 대응 조직을 만들어 인공지능, 블록체인 그리고 메타버스 등을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 활용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다양한 R&D 및 상용화 노력을 했어요.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2020년도에 가장 먼저 온택트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배경도 기술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Q. 그 후에 비트블루를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현재 비트블루에서 하는 ‘노우유어셀프’와 같은 서비스는 2013년도부터 생각했어요. SM에 있을 때부터 아이디어가 유사한 서비스를 설계했는데 암호화폐 사용의 어려움, 규제의 불명확성, 서비스 대상의 문제로 잠정 보류한 바 있습니다.
SM을 나오면서는 다른 업계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러브콜도 받았지만 IT기반 물류유통 회사인 ‘부릉’으로 옮겨 CDO로 1년 간 재직했습니다. 회사에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으로 ‘람다256’, ‘유니티’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엔데믹이 찾아오면서 경기 불황으로 프로젝트가 어렵게 됐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회사의 대표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준비했고 과거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를 하면서 알고 지내던 윤준탁 CSO와 함께 3개월 간 준비 후 22년 11월에 창업을 했습니다.
비트블루 서비스 ‘노우유어셀프’, ‘엔에프테인먼트’
Q. ‘비트블루’라는 회사명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혹시 싸이월드 시절부터 사용하던 대표님을 정의하는 문장인 ‘비트를 타고 넘어드는 해커의 파란 꿈’에서 따오셨을까요?
제 싸이월드도 찾아보셨군요. (웃음) 하이텔, 나우누리와 같은 PC통신을 하던 때부터 아이디가 ‘비트블루(Beatblue)’였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비트(Beat), IT와 해커를 상징하는 색인 파란색(Blue)을 조합한 이름이었죠. 창업을 하면서는 Web3 스타트업인 점을 고려해 비트코인(bitcoin) 단어에서 차용해서 ‘bitBLUE’로 지었어요. BLUE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한 사람답게 ‘Bloom Loyalty in yoUr Environment’라는 의미도 덧붙였습니다. ‘개인의 팬심과 로열티를 당신의 환경에 꽃 피우겠다’라는 뜻입니다.
Q. 비트블루의 서비스가 더욱더 궁금해지는데요. 비트블루의 서비스는 ‘노우유어셀프(Know-Yourself)’와 ‘엔에프테인먼트(NFTaiment)’ 두 가지죠. 먼저 노우유어셀프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쉽게 설명하면 Web3 기술 기반으로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NFT로 만들고 NFT를 조각화 해서 그중 일정 부분을 사람들이 투자 및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셀럽의 아이디를 NFT로 민팅(Minting)한 후 2100만 개의 조각으로 나누면 그중 51%는 셀럽 본인이 소유하고, 49%는 팬을 비롯한 다른 유저가 사거나 팔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팬이 하는 주식 투자와 유사한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만약 셀럽의 인기가 올라간다면 한 조각의 가치는 100원에서 1만 원으로 상승하기도 하죠. 유저는 셀럽의 조각을 최대 10만 개까지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은 투기 가능성일 확률이 높아서요.
Q. 노우유어셀프는 쉽게 말해 개인 NFT 거래 및 투자 서비스인 거네요.
네. 초반에는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아이디를 NFT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할테지만 나중엔 세상 사람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를 NFT로 발행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팬이다’라는 회사 슬로건에 걸맞게요.
Q. NFT 거래 및 투자 외에 다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팬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단순 거래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브랜딩 허브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지금은 아티스트가 회사를 나가면 팬 커뮤니티도 옮겨야 하고 아티스트가 촬영했던 콘텐츠도 전 회사에 귀속돼 사용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해당 아티스트가 노우유어셀프에 자신을 등록한다면 서비스 안에 가수의 자체 콘텐츠, 활동 내역, 팬들과 소통한 흔적, 개인 SNS가 모두 연동되고 기록됩니다. 단순히 노우유어셀프만 확인해도 요즘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기사가 났고, 어떤 방송에 나갔구나 알 수 있죠. 아티스트가 기획사를 옮겨도 데이터는 보존됩니다.
Q.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신선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서비스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SM에 다닐 때부터 회사와 아티스트의 관계가 불공정하다고 느꼈어요. 과거엔 15년 계약과 같은 장기 계약이 흔했고 지금도 연차가 낮은 아티스트에게는 자율권이 없습니다. 신비주의 콘셉트을 유지해야 하고, SNS 개설도 관계자의 허락이 없으면 못해요. 만약 기존 회사를 나오게 된다면 이전에 사용했던 활동명도 사용하지 못하고 관련 콘텐츠나 데이터가 모두 회사에 귀속이 되어있으니 아티스트가 마음대로 활용도 못하고요. 팬들도 불편해요. 아티스트가 회사를 나와서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바꾼다면 팬들도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 구조니까요.
그리고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도 불공정한 면이 있습니다. 팬은 아티스트의 앨범을 사고, 콘서트를 가고, 굿즈를 사면서 계속해서 돈을 쓰지만 보답은 정성적인 것에서 그쳐요. 2019년 이후로 음반과 굿즈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선주문 앨범 수’, ‘앨범 초동(음반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 정도가 더 과열되고 있습니다. 집에 CD 플레이어도 없는데 내 가수의 인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CD가 있는 앨범을 수십, 수백장을 구매합니다. 이렇게 구매해서 얻는 것은 팬사인회에 당첨돼서 얼굴을 한 번 볼 수 있다거나, 가수의 미공개 포토카드를 얻는 것뿐이고요.
이렇게 아티스트는 팬의 기여로 명성과 부를 얻지만 나중에는 사회면에 실리는 사건사고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무엇을 얻고자 아티스트에게 시간과 돈을 할애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애정과 정성을 쏟았는데 얻는 게 허탈함 뿐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팬에게도 어느 정도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팬덤 이코노미를 새로 정의하고 싶었죠. 여러 아이디어를 고안하던 중 팬들도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문제의식이 서비스를 만들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엔에프테인먼트는 다양한 IP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NFT 생태계 구축을 위한 B2B 솔루션인데요. 서비스 설명 부탁드려요.
엔에프테인먼트는 회사의 IP(지적재산권), 콘텐츠를 Web3로 전환하는 서비스입니다. 기획, 마케팅, 세계관 개발과 운영 등 E2E 전 영역을 지원하나, 모듈별로 원하는 구간의 솔루션만 제공하는 형태도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엔터테인먼트, 컬처 업계 경험이 있고 업계 정서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고객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노우유어셀프 서비스를 확장시키려면 산업 전반에 Web 3와 NFT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과 협업을 하는 엔에프테인먼트 서비스가 결국 노우유어셀프와 유기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올해 블록체인 기업 ‘폴리곤랩스’, 인터체인 플랫폼 ‘하바(HAVAH)’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업 외에도 여러 산업에서 비트블루 서비스에 관심을 보일 것 같아요.
네, 아무래도 제가 장기간 몸담았던 엔터테인먼트에서 많은 관심을 주십니다. 이외에도 IP를 가지고 있는 패션, 뷰티, 콘텐츠 기업 등이 있고요. 최근에는 크리에이티브 관련 인플루언서 회사들과도 많은 논의를 갖고 있습니다.
매쉬업 패밀리사, 비트블루
Q. 비트블루를 창업한 지 3개월 만에 매쉬업벤처스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습니다. 빠른 투자 유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아직도 투자 유치 비결이라는 건 모르겠어요. 그저 매쉬업벤처스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고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웃음) 다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팀원의 경력과 서비스의 참신함을 본 게 아닌가 싶어요. IR 발표를 할 때도 파트너 님과 심사역 분들이 서비스가 Web3이지만 엔터테인먼트와 접점이 있어 대중적인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 신선한 아이템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팀원들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경력이 있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Q. 비트블루 담당인 정재원 심사역이 말하기를 IR 발표 때 대표님이 비트블루의 로드맵을 보여주면서 투자 유치 후 반년 안에 서비스 프로토타입 및 인프라 개발, 고객사 확보, 실전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력 채용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 실제로 다 이루셨다고요.
네. 그만큼 실행력이 나왔던 것도 팀의 비전이 뚜렷하고 팀원 간의 마음이 잘 맞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비트블루를 창업한 후 SM에서 오랜 기간 같이 일했던 김현규 수석과 한수영 수석을 영입한 것도 전적으로 믿을 수 있고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팀원과 함께하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같이 스타트업을 하겠냐는 말에 바로 달려와준 정말 감사한 팀원입니다. 공채로 채용한 직원 분들도 모두 역량이 뛰어나세요. 덕분에 단 몇 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을 출시할 수 있었어요.
Q. 매쉬업 패밀리사 된 이후 좋은 점이 있다면?
우선 제가 몸소 느끼는 건데 매쉬업벤처스 명성이 대단하는 겁니다. 매쉬업벤처스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가 난 후 여러 고객사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매쉬업벤처스에서 투자받은 곳이라면 믿을만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이야기해도 매쉬업벤처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세요. 비록 투자 유치까지는 진행이 되지 않았더라도 미팅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좋은 투자사라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매쉬업벤처스 포트폴리오사 대표님들 간의 커뮤니티도 끈끈합니다. 포트폴리오사 간의 협업도 종종 이루어지고, 한 대표님이 고민이 있거나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면 다들 자신의 일인 것처럼 손수 나서서 도와주세요. 아울러 이번 팁스(TIPS)에 비트블루가 선정이 됐는데, 매쉬업벤처스에서 팁스 선정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주시고 끝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방대한 족보 양에 정말 놀랐어요. ‘투자사가 이렇게 중요하구나’를 느꼈습니다. 창업한 이후 매일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어요. (웃음)
비트블루의 목표
Q.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찬 일은 무엇인가요?
아직 8개월 차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콘셉트과 페이퍼로만 존재했던 사업 아이템이 실체화되는 과정을 보고, 투자사나 외부 분들에게 인정을 받을 때 보람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희 팀원이 10명인데 회의 시간에 하나의 목표로 서로 논의하는 걸 보기만 해도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다들 비트블루의 서비스를 더 잘 만들고 싶어서 목소리를 내고 논쟁을 하는 거잖아요. 뿌듯함을 넘어 행복하기까지 하더라고요.
Q. 글로벌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서비스 타깃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상 자산과 관련해 규제가 명확한 곳, 사업화가 용이한 곳 등을 염두해서 두바이를 거점으로 진행하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Q. 비트블루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Web3 문화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기술은 패러다임을 만들 수는 있어도 문화화 되지 않으면 지속성을 갖기 어려워요. 아무리 참신한 기술이어도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문화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현재 AI도 많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는데 갈수록 서비스에 집중되지 AI 기술 자체가 드러나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밌게 사용하면서 문화로 녹아들면 AI 기술은 필수재에 가깝게 되거든요. Web3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화하기 용이한 엔터테인먼트와 접점이 있는 서비스인 만큼 사람 간의 연결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고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비트블루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