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매쉬업벤처스 이승국 그로스파트너가 디캠프 그룹 오피스아워에서 발표한 ‘타겟 오디언스에 기반한 프로덕트 성장 전략의 일부 내용을 재구성하여 만들었습니다. 이승국 그로스파트너는 넥슨 게임 개발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해 한국에서 초기 스타트업을 시리즈 B 규모까지 성장시킨 경험 및 글로벌 매각 경험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타겟 오디언스 정의의 흔한 오류’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초기 타겟을 찾는 방법과 세그먼트 선정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타겟 찾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구체적인 타겟을 정의하고, 타겟 중심의 시장 진입 전략(프로덕트 개발)을 세우기 위한 준비까지 되었다면, 이제 실제 타겟을 찾아야 합니다. 프로덕트의 첫 타겟은 어떻게 선정하면 좋을까요?
타겟을 찾을 때는 가까운 곳부터 살펴보세요.
초기 프로덕트의 타겟을 정할 때는 첫 시작점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 처음부터 큰 시장부터 먼저 진입하려고 하는데, 이런 큰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거나,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열려있지 않는 등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시장 규모가 작더라도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쉬운 타겟으로 시작해 이를 기반으로 타겟을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 프로덕트를 성장시킬 때 자주 사용한 타겟 선정 방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Step 1. 처음 타겟을 정할 때는 작더라도 쉬운 시작점을 찾아보세요.
조금 엉성한 제품이라도 가치가 있다면 써보는 사람
초기 스타트업의 프로덕트는 엉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제품 퀄리티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가치가 있다면 사용해 볼 의향이 있는 사람을 찾아보는 게 좋아요.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스타트업이나 IT 분야에서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에서 스타트업이 좋은 타겟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지인이 살고 있는 동네나 학교 등을 초기 타겟으로 잡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당근마켓이 판교에서, 페이스북이 하버드 대학교에서 시작했던 것처럼요. B2B 사업에서라면 창업자가 다녔던 전 직장도 좋은 후보겠죠.
내부 멤버 또는 창업자
초기 타겟으로 내부 멤버 또는 창업자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사용자이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프로덕트를 개발하는데 좋은 방법이에요. 다만, 타겟 확장 단계에서는 내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타겟의 시선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앞서 말한 인지적 공감이 필요한 시점이죠.
Step 2. 타겟을 확장할 때는 기존에 유입된 사용자 중에서 찾아보세요.
인접 타겟을 찾을 때는 이미 유입된 사용자들을 관찰하고 유사한 사용자끼리 모으는 ‘Bottom Up Clustering’ 방식을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이 방법은 서비스를 만들 때 정해 놓은 초기 타겟 외에도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사용자가 있다는 점을 활용한 방법이에요.
인게이지먼트, 리텐션, 전환율 등의 활성도에 따라 이미 서비스에 열성적인 사용자를 만나보면 정해둔 타겟을 벗어나는 사용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전편에서 언급했던 사용자 리서치(인터뷰) 방법을 활용하여 이들의 공통점을 묶어 분류하면 확장 가능성이 있는 타겟 군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위한 인터뷰 상세 노하우는 전편을 확인해보세요.
Bottom Up Clustering 방법 예시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인 퍼블리는 퍼블리의 창업 멤버들이 초기 타겟이 되어 프로덕트를 만든 사례입니다. 당시 퍼블리의 창업 멤버들은 해외 이슈에 대한 심도있는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해외 광고제 관련 콘텐츠, 워렌 버핏 주주총회의 후기 등을 콘텐츠로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유료 고객 백 단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다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 때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서 주니어 마케터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들을 인접 타겟으로 확장했고, 기존 콘텐츠에 주니어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직무 콘텐츠나 커리어 개발, 랜선 사수 등의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타겟은 뾰족하게, 프로덕트는 유연하게
사용자 리서치를 하다 보면 고객별로 다양한 성향과 니즈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유사한 고객끼리 묶어서 구분한 것을 세그먼트(segment)라고 합니다. 사용자 리서치로 타겟을 구체화할수록 많은 세그먼트를 발견할 수 있지만, 모든 세그먼트를 타겟으로 고려할 순 없어요.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다가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그먼테이션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타겟 세그먼트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합니다.
타겟 세그먼트 선정하기
그렇다고 한 개의 세그먼트에만 집중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설을 가지고 2~3개 정도 선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각 세그먼트의 점유율이 30~60%를 넘기기 전까지는 세그먼트를 늘려가면서 볼륨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타겟 세그먼트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추천해요. 30~60%의 점유율에 도달하게 되면 같은 세그먼트에 속한 고객들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다 저 제품을 쓰고 있네, 나도 한번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바이럴을 통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타겟 세그먼트 범위 좁히기
특정 세그먼트에서 점유율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범위를 더 좁혀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3편에서 살펴봤던 인도네시아 가사 도우미 서비스가 ‘맞벌이 부부/3040/중산층/자카르타 거주/방 3개 이상/아이 1명 이상’의 세그먼트를 타겟으로 선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타겟으로 마케팅을 해보니 아이가 5살이 넘어가면 구매 전환이나 반응이 떨어져서 점유율이 더 오르지 않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렇다면 ‘5살 이내의 아이 1명 이상’을 조건으로 추가해서 범위를 더 좁힐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타겟을 최대한 뾰족하게 정의한 다음 프로덕트 마케팅과 같은 액션을 타겟에 맞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효한 타겟 확보를 위한 전략
어떤 타겟이든 고객이 많이 유입되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효한 타겟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타겟 세그먼트와 동떨어진 고객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효한 타겟에 집중해야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한국처럼 작은 시장에서는 이탈한 고객이 쌓이면 바이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타겟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효한 타겟을 잘 유입시키고 싶다면 웨이팅 리스트와 유사타겟 광고를 활용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웨이팅 리스트는 지역 중심의 사업(hyper-local)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지역을 확장하기 전에 대기자를 받고, 특정 지역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알림을 보내서 한 번에 유입시킬 수 있게 되죠. B2B SaaS 에서도 많이 활용됩니다. 당장 만족시킬 수 있는 핵심 타겟 위주로 서비스를 오픈하고, 다른 타겟 세그먼트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만한 수준이 되면 그 때 새로운 타겟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열어주는 식으로요.유사타겟(Lookalike) 광고는 메타(Meta) 등 대부분의 광고 플랫폼을 통해 특정 타겟을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방법입니다. 기존에 프로덕트를 많이 쓰거나 충성심이 높은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광고 플랫폼에 보내어 광고 플랫폼이 여러 요소를 조합해서 비슷한 타겟을 찾아 프로덕트를 노출하는데요. 이때 유사타겟 광고로 들어온 신규 사용자들을 조사해 보면 확장할 인접 타겟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타겟에 따라 프로덕트를 유연하게 바꿔 보세요.
프로덕트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타겟에 따라 프로덕트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마이너한 기능이나 작은 카테고리만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퍼블리에서 만든 커뮤니티 서비스 ‘커리어리’는 스타트업 PM에서 개발자로 타겟을 확장하면서 개발 Q&A, 부트 캠프 비교 등의 메인 서비스를 추가했어요. 또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의 경우 '커리어 개발을 원하는 직장인'에서 '직원 교육을 원하는 기업' 까지 타겟 확장을 고려하면서 기업 고객을 위한 권한 관리, 직원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 등 새로운 기능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디캠프 뉴스레터 플랫폼(dcamp.kr/news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