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계약서를 처음 접하는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들어하거나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유치에 있어 투자 계약서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기에 표준계약서, 사례, 해설서 등을 미리 공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투자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알아두어야 할 주요 투자조건과 유의할 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단언컨대 중요한, 주요 투자조건들!
일반적으로 예비 투심위 이전에 주요 투자조건들을 담당 투자자와 협의한 뒤에 해당 조건으로 예비 투심위에 올리게 됩니다. 때론 기업가치나 투자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략적인 범위로 올리기도 합니다. 기업가치나 투자금액과 같은 주요 투자조건은 예비 투심위에서 확정되거나 혹은 본 투심위 이전에 펀드 출자자에게까지 보고되면 변경이 힘든 경우가 많기에, 미리 담당 투자자와 신중하게 협의해야 합니다.
텀시트의 의미
투자사별로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주요 투자조건을 이메일이나 구두로 협의하기도 하고, 더욱 명확한 문서인 텀시트(Term Sheet)를 통해 협의하기도 합니다. ‘텀시트’는 어떤 주식 종류로, 얼마의 기업가치에, 얼마의 금액을 투자하며, 이해관계인의 권한과 의무는 어떤지 등 투자의 주요 조건들을 정리한 합의서라고 보면 됩니다. 국내에서는 텀시트가 아직 표준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구체적인 조건까지 정리되는지는 투자사에 따라 다르며, 투자계약의 주요 조건을 이메일이나 구두로 협의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텀시트를 대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이메일이나 구두로 주요 조건을 협의하는 것도 텀시트를 전달하는 과정과 같으며, 이메일이나 구두로 확정하는 것은 텀시트에 서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텀시트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투심위를 통과한 이후 서로 합의한 텀시트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해당 조건을 계약서 문구 검토 단계에서 다시 바꾸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투자조건 중 기업가치나 투자 금액 등 투심위 통과 뒤 변경이 힘든 조건을 제외한, 그 이외의 협상 여지가 있는 조건에 대해 투자사의 담당자와 논의해 보아야 하며, 주의 깊게 검토한 뒤 확정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간혹 텀시트를 확정하면 투자자가 일정 기간 배타적 협상권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투자자가 그동안 실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텀시트에 기반하여 세부적인 계약서 문구 등의 협상을 진행하게 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심위 최종 통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투자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여러 투자자를 동시에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여러 투자자의 투심위를 최종 통과하여 필요 투자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커밋된다면 그중 투자를 유치할 투자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때 먼저 투심위를 통과한 투자자를 선택할 수도 있고, 투자 조건, 더 적합한 투자자인지 여부, 담당 투자자와의 인간적인 관계 등을 잘 판단해 선택한 투자자의 텀시트를 확정하거나 이메일과 구두로 투자조건을 확정하면 됩니다. 만약 투자사 별로 투심위 일정에 시차가 커서 다른 투자사의 투심위 결과를 더 기다려보고 싶다면, 먼저 통과한 투자사의 담당자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다만 스타트업이 너무 시간을 오래 지체한다면, 그 사이에 투자자의 마음이 떠나거나 혹은 투자자가 경쟁/유사 스타트업에 대신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심위를 먼저 통과시킨 투자자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메일이나 구두상 확정한 것도 포함해 텀시트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신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투심위를 최종 통과하고도 다른 곳의 투심위도 통과하여 다른 곳을 선택할 때 투자 담당자는 실망하는 정도겠지만, 만약 스타트업이 투자 조건을 서로 협의하여 텀시트를 확정한 이후에 다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변심한다면 투자업계의 스타트업 평판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반대로 투자자가 투심위 이후 최종적인 텀시트를 스타트업에 전달한 뒤(메일이나 구두로 최종 투자조건을 전달한 것도 포함)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스타트업에 불리하게 주요 투자조건 조정을 원한다면, 이 또한 스타트업에는 상처가 되고 스타트업계에서 투자자의 평판에 리스크가 되니 피해야 하죠.
주요 투자 조건 합의서(Term Sheet)의 예시
텀시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텀시트는 각 투자사와 각 투자조건에 따라 다르며, 예시보다 더 상세하거나 또는 더 간략한 경우도 있습니다.
텀시트는 양측간 협의를 위한 제안서이며, 기업가치나 투자 금액 같은 주요 투자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은 상호 협의과정을 통해 최종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계약의 당사자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인이 되는데, 이때 이해관계인은 보통 대표나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공동창업자는 필수로 포함되는 편입니다. 그 외에 10% 이하 지분의 공동창업자나 핵심 인력의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추가로 포함되기도 합니다. 다만, 지분율이 낮은 이해관계인의 경우, 예를 들어 주식매수 청구권의 연대 책임 등 일부 의무에서는 제외되기도 합니다.
계약 시, 이 부분은 꼭 조심하자!
계약서 검토와 협상
주요 투자조건들을 확정한 이후에 계약서 초안을 가지고 다시 세부 문구를 협상하게 되는데, 투자 계약은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권한과 의무관계를 명시하는 문서로 계약 후 이어지게 될 장기간에 걸친 파트너십을 규정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합니다. 따라서 계약 전에 관련 법 조항도 잘 이해하고 투자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협상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으며, 계약을 위반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죠. 개별 투자 계약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투자 계약 전문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계약서에선 문구의 미묘한 차이나 때론 쉼표가 어디에 찍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간혹 스타트업 투자 계약에 대해선 경험이 거의 없는 변호사/회계사에게 문의하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마치 안과 의사에게 치과 질환에 대해 문의하는 것처럼 되어, 오히려 틀린 자문이 혼선만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해당 단계의 투자 계약서를 많이 접해보고 업계의 관행도 잘 이해하는 전문가에게 문의할 것을 권장하며, 경험 없는 전문가보다는 차라리 투자 계약서를 많이 본 기존 투자자나 지인 투자자, 혹은 선배 창업자에게 대략적인 리뷰를 부탁하는 것이 나을 수 있죠.
실제 한 스타트업은 큰 규모의 M&A 계약서에 익숙한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초기 스타트업이 수행하기에 불가능하고 이해조차 힘든 계약 조항에 대한 추가를 조언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스타트업은 투자 계약서를 한 번도 검토해보지 못한 변호사의 조언을 받고 형사처벌도 가능한 대표의 고의적 배임 등 중대한 귀책사유조차 위약벌을 면책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계약서의 조항마다 최대한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고 싶겠지만, 협상이란 것이 항상 받을 것만 받는 것이 아니라, 줄 것은 줘야 합니다. 계약서에서 보완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 높은 우선순위의 조건은 가급적 유리하게 협상하고 낮은 우선순위의 조건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나 지인의 자문을 얻더라도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표가 직접 해야만 합니다. 때론 계약서 문구에서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다가 결국 투자 유치가 결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의 투자자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더군요. “스타트업에 있을 때는 투자 계약서가 너무 투자자의 권리만 보호하는 것 같아 공정하지 않아 보였는데, 정작 투자자 입장이 되어 보니 안전장치를 위한 이런저런 조건들이 더 필요해 보이더군요.”
역시 각자 입장에 따라 같은 사안도 서로 다르게 보이기 마련인데, 이러한 입장 차이를 고려하여 적정선에서 계약서 문구를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 머니(Pre Money)와 포스트 머니(Post Money)
투자 계약 시 기업가치는 프리 머니와 포스트 머니 두 가지가 있습니다. 프리 머니 기업가치는 투자를 받기 전에 인정받는 기업가치를 의미하며, 포스트 머니 기업가치는 투자를 받은 후의 전체 기업가치입니다.
즉 ‘포스트 머니 = 프리 머니 + 투자금’ 이 되죠.
투자자가 포스트 머니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투자자에게 프리 머니/포스트 머니 중 어떤 기준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공동 투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프리 머니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더 명확합니다. 포스트 머니는 투자 금액에 변동이 있으면 프리 머니 기업가치가 바뀌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포스트 머니 100억 원에 10억 원을 투자받았다면, 프리 머니가 90억 원인 셈이며 투자자의 지분은 10%가 됩니다. 이와 달리 만약 포스트 머니 100억 원에 20억 원을 투자받았다면, 프리 머니가 80억 원이 되며 투자자의 지분은 20%가 됩니다.
그리고 투자자에 따라 현재 발행된 주식만을 고려한 아웃스탠딩 방식이 아닌, 향후에 부여될 스톡옵션 풀까지 모두 행사될 것을 고려하여 완전 지분 희석(Fully Diluted)을 반영한 기업가치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100억 원 기업가치의 스타트업에 스톡옵션 풀 10%의 완전 지분 희석을 고려하였다면, 향후 10%의 스톡옵션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을 전제로 기업가치가 정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톡옵션이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 상태에서는 기업가치가 약 90억 원 정도로 낮아지게 됩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대부분 완전 지분 희석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며, 국내 투자자의 경우 그럴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섞여 있습니다. 이 부분이 텀시트에 명확하게 표기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그럴 경우 투자자에게 직접 문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 유치 시 주요 투자조건에 따라 스톡옵션까지 고려하여, 현재 주주명부에 기반해 투자 후 지분율 변동을 예측한 캡 테이블(Capitalization Table)* 을 작성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투자 유치 후의 지분율 변동 이외에 미래의 투자 라운드 지분율 희석까지 대략 시뮬레이션하여 계산해 보는 것도 좋죠. 이때 초기부터 너무 과도한 지분이 희석되면 이후 스타트업 거버넌스 구조에 이슈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캡 테이블: 투자 이후 자본금의 변화와 지분 관계 변동을 정리한 표를 의미
선행조건 및 진술과 보장의 중요성
투자 계약과 관련된 선행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이 철회될 수 있으며, 이해관계인의 진술과 보장이 허위일 경우 법적인 책임을 동반합니다.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특히 고의적이고 중대한 위반은 형사적인 책임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투자사의 담당자에게 스타트업의 주요 사항들은 투자 계약 이전에 미리 보고하는 것이 신뢰성뿐만 아니라 법적인 책임 차원에서도 필요하죠.
경영상 보고/동의/협의의 준수
스타트업은 투자 계약상 경영상 보고/동의/협의를 준수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 중 특히 경영상 사전 동의는 중요한 부분이며, 이에 대한 위반은 큰 과실이 될 수 있습니다. 사안이 중대하고 심각할 경우 투자자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그리고 때론 징벌적인 차원의 위약벌과 지체에 대한 지연배상금까지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투자자가 펀드 출자자에 대해 책임 여지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 회사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이 연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고의적인 중대한 과실로 판단되면 형사적인 책임까지 동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계약 조항을 잘 인지하여 실수로 경영상 사전 동의 관련된 계약 위반을 하는 경우가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투자금의 사용도 계약서상 정해진 용도를 제외하고는 투자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합니다.
명료하지 않은 계약서는 주의
투자 계약서가 상세할수록 법적으로 더욱 명료해지는 편인데, 이를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주요 조항조차 생략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주로 간소화된 계약서가 많은 초기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자가 악의적인 의도는 없더라도 투자 계약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여 생길 때가 많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특히 곤란한 것이 바로 납입기일이 빠지는 것인데, 투자 계약을 했지만 언제 입금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죠.
실제 한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의 자금 조성이 늦어지면서 투자 계약 이후 거의 1년 뒤에야 투자금이 입금된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스타트업 경영에도 지장이 생겼고, 후속 투자 유치에도 문제가 되었죠. 이외에도 창업자 개인과 법인을 별도의 주체로 제대로 나누지 않거나, 혹은 상법에 위배되는 계약서도 가끔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협상을 깰만한 독소조항인지를 파악
투자 계약에 있어 계약서 문구 중 어디까지를 협상을 파기(Deal Break)할 만한 독소조항으로 볼 것인가는 각자 판단에 따른 상대적인 면이 있습니다. 단순히 스타트업에 불리한 항목이라고 해서 모두 독소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매력적인 스타트업이라면 불리한 항목을 개선한 계약서로 계약이 가능한 다른 투자자를 시장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독소조항으로 추정된다면 먼저 담당 투자자에게 해당 문구에 대한 정확한 의미부터 문의하고, 문의 결과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수정 가능 여부를 문의하기 바랍니다. 보통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독소조항은 투자자의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조항에서 창업자가 연대 책임져야 할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저도 포트폴리오사가 후속 투자 유치 시 기존 투자자로서 조언할 때, 기업가치나 투자 금액 등의 조건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을 꼭 점검해보라고 합니다. 창업자나 경영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 예 : 허위 진술과 보증, 심각한 사전 동의 계약 위반 - 로 인한 부분이라면 자기 책임이 필요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고도 경영에 실패한 부분까지 연대보증을 지게 된다면 투자보다는 채무에 가깝게 되죠. 냉정하게 투자 수익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러한 독소조항이 있더라도 더 높은 기업가치의 투자조건이 기존 투자자의 이익에 더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조항일 수 있기에 조언하는 것입니다.
그 외 계약서의 주요 항목에 대해서는 다음 편의 글을 확인해주세요.
출처: 『스타트업 투자 유치 전략』 매쉬업벤처스 이택경, 한국벤처투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