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론과 세대를 넘어서는 불멸의 플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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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8, 2025

*이 글은 2025년 11월에 배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출발점은 1986년입니다.

AI 라는 단어 하나에 비(非)이성적인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

최근 OpenAI의 CEO인 Sam Altman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AI 스타트업 열풍에 대해 직설적인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AI에 지나치게 열광하고 있는 시기에 살고 있는가? 내 생각은 그렇다. 세 명의 직원과 아이디어만으로 비상식적인 밸류에이션을 받는 AI 스타트업들이 있고, 이런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다.”

“Are we in that phase where investors as a whole are overexcited about AI? My opinion is yes. Some AI startups with three people and an idea are raising money at valuations that don’t make sense. That’s not rational behavior.”

세계 최대 AI 플레이어의 수장이 스스로 ‘버블’을 언급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AI 버블인가요?”라는 질문은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끊임없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AI 버블인지 아닌지가 당신의 창업에 중요한가?"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에도 늘 버블론은 존재했습니다. 닷컴 버블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은 탄생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많은 유니콘이 등장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의 과열 여부가 아니라, 본질과 노이즈를 구분하고, 진짜 문제에 에너지를 쓰는 것입니다. AI 버블이 존재하더라도,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창업자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존재합니다.

AI 버블론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창업의 원칙, 즉 ‘세대를 넘어서는 기업을 만드는 불멸의 창업자 플레이북’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세 단계로 나누어 작성하였습니다.

  • 1단계: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
  • 2단계: 증명(Product-Market Fit)
  • 3단계: 방어(Economic Moat)

1단계: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 - 세대를 넘어서는 기업의 출발점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의 시작은, 문제(Problem)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사고방식에서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 인류는 ‘유추적 사고(Analogical Thinking)’로 세상을 보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사례를 참고하고,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모방하여 추론하고 개선점을 찾습니다. 이는 익숙하고 빠르지만, 새로운 것에 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업자는 어떻게 ‘유추적 사고’의 유혹을 이길 수 있을까요?

‘일원칙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는 문제를 근본 단위로 쪼개서 다시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사물과 현상을 가장 기본적인 사실로 환원하고, 거기서부터 논리적으로 다시 쌓아 올립니다. 물리학적 접근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만들어 냅니다.

로켓과 전기차의 시대를 앞당긴 물리학적인 일원칙

일론 머스크는 이 일원칙 사고를 몸소 실천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로켓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발사 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했고, 민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로켓은 왜 이렇게 비싼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알루미늄, 탄소섬유, 연료 등 원자재 단가부터 역산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제조 비용은 기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도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스페이스엑스(SpaceX)는 바로 이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사례는 전기차 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은 "배터리는 원래 비싸다"라는 것을 전제로 전기차를 비싸게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는 어떤 재료로 구성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폴리머 등의 시세를 런던 금속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가격으로 직접 계산한 결과, 기존의 kWh당 600달러 대신 80달러 수준에서도 제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원재료 단위의 재해석’이 오늘날 테슬라(Tesla)의 출발점이었습니다.

<source: wikimedia commons>

"이봐, 해봤어?"와 ‘정주영 공법’의 탄생

흥미롭게도 이런 일원칙 사고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의 창업자, 아산 정주영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정주영 창업자의 가장 유명한 명언은 "이봐, 해봤어?"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정주영은 그들의 주장의 근거를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안 된다"는 말 속에 숨은 전제를 의심했고, "왜 안 되는가?"를 본질적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에게 유추적 사고는 남의 실패를 근거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일원칙 사고는 문제를 원자 단위로 쪼개어 다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source: 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의 대표적인 일원칙 사고 사례는 소위 ‘정주영 공법’이 등장하게 된 서산 간척지 방조제 공사입니다. 당시 기술자들은 서산 앞바다를 막기 위해 방조제용 흙과 돌을 실어 나르는 데에만 수천 척의 배가 필요한데다가, 9m의 조수간만 차와 초당 8m가 넘는 유속을 이유로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정주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기존 공법이 문제라면, 공법 자체를 다시 설계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을 막기 위해 수천 척의 배가 필요하다면, 수천 척 규모의 배 자체를 흙으로 쓰면 어떨까?"

그리고 그는 퇴역 유조선을 끌고 와 바다에 가라앉혀 방조제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이 비상식적인 접근은 수년이 걸릴 공사를 몇 달만에 끝나게 했고, 이는 현대건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조선 공법, 즉 ‘정주영 공법’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source: 아산리더십아카이브>

정주영의 "해봤어?"는 단순한 도전 정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전제를 의심하고, 문제의 구조를 다시 짜는 사고 였습니다. ‘타인의 불가능’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지 않은 그의 철학은 일론 머스크의 일원칙 사고와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AI 시대에도 원리는 동일합니다. 과열된 자본과 기술의 소음 속에서도 진짜 기회를 찾는 창업자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의 정의를 다시 쓰는 사람입니다. AI 모델의 파라미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입니다. 결국 버블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다시 묻는 능력, 그것이 세대를 넘어서는 기업의 출발점입니다. 누군가 “그건 OpenAI가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더라도, 정주영이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해봤어?"

2단계: 증명(Product-Market Fit) - Retention is All you Need

현대와 스페이스엑스가 그렇듯, 세대를 넘어 살아남는 기업은 언제나 다르게 생각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사고만으로 기업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생각이 시장에서 증명될 때, 비로소 창업은 현실이 됩니다. 창업의 시작이 사고에서 출발 한다면, 다음으로 그 두 번째 단계, ‘증명(Product-Market Fit)’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Retention, Retention, Retention

PMF를 확인하기 위한 단 하나의 지표가 있다면, 그것은 리텐션(Retention: 잔존율) 입니다. 제품이 시장에서 고객에게 인정 받았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는 고객이 얼마나 이 제품을 사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입니다.

a16z의 파트너이자 Uber의 그로스를 담당했던 Andrew Chen은 ‘Why retention is so hard for new tech products’라는 글에서 스타트업 제품의 리텐션의 주요 특징을 나열하며, 리텐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기 리텐션은 고칠 수 없다", "리텐션은 하락하기만 한다", "사용자를 잃는 것은 매우 쉽지만,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리텐션이 낮은 상태에서의 바이럴 성장은 제품을 파괴한다"와 같은 원칙들은 왜 리텐션이 스타트업이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Product-Market Fit: Core Interaction을 찾아서

그렇다면 AI 시대의 제품이 PMF를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 VC들이 사랑하는 AI 회의록 앱으로 주목 받았던 Granola는 높은 리텐션을 자랑하는 AI 제품으로 유명합니다. Granola는 가입 후 10주차 리텐션이 무려 50%에 육박하는 높은 Stickness를 갖고 있습니다. Granola의 창업자 Chris Pedregal은 인터뷰에서 AI 제품 리텐션의 핵심은 기능(Feature)의 수가 아니라, 한 가지 핵심 경험(Core Interaction)에 집중한 결과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Core Interaction이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단 하나의 자연스럽고 반복 가능한 행동을 의미합니다. Granola 개발팀은 최초 버전의 제품이 갖고 있던 여러 AI 기능(요약, 자동 태깅, 액션 아이템 도출 등)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AI가 메모를 정리해주는 경험’만 남겼을 때 리텐션이 급격히 상승했고, 이 과정을 통해 Core Interaction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Core Interaction을 탐색하는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강조합니다.

  • Lead with intuition backed by context.
    “사용자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이 말한 것을 그대로 기록해서 그대로 실행하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게 느껴지고, 무엇이 나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내적 직관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 Pick up the phone and talk to your users.
    “글로 된 피드백은 단지 하나의 데이터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전체 맥락을 볼 수 있을 때 훨씬 더 명확해집니다. (Granola가 성장하면서) 우리는 Slack을 통해 이런 대화를 이어가고, 주기적으로 통화도 합니다.”
  • Build products with character.
    “제품을 만들 때 사람들의 의견에 반응해야 하지만, 스스로의 관점이나 철학이 없다면 그건 결국 공허한 제품이 됩니다.”
  • Know when to lean on user feedback.
    “우리는 예전에는 고등학생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들은 저와 완전히 다른 세대였기 때문에, 제 직관만으로는 사용자가 무엇을 원할지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PMF를 찾는 과정의 핵심은 AI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의 실제 workflow에 딱 맞는 인터렉션을 찾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시장의 신호를 수집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관을 검증 가능한 맥락으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Chris는 “AI makes it easy to demo, but hard to sustain delight.” 라는 표현으로 AI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source: EVERY>

AI Retention Benchmark: AI 제품의 리텐션 측정

그렇다면 실무적으로 AI 시대의 제품들은 어떻게 리텐션을 해석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AI 제품의 리텐션은 기존 SaaS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집니다. a16z는 자사의 블로그에서 AI 제품이 SaaS 제품들과 비교할 때 리텐션이 약한 것이 아니라, 측정이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월 단위로 결제하는 Self-Serve AI 제품은 초기에 AI Tourists(체험형 유저)가 대거 유입되어 Month0(M0)~Month2(M2) 구간의 급격한 이탈(churn)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는 제품의 본질을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M0이 아니라 M3을 기준으로 리텐션을 리베이스(rebase)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M3 시점에 남아 있는 유저가 실제 Core Interaction을 시작한 사용자이며, 이 코호트의 잔존율이 PMF의 진짜 신호라는 것입니다. 즉, AI 제품의 PMF는 초기 하락 곡선이 아니라 M3 이후의 Flat Curve(안정화 지점)에서 검증할 수 있습니다.

SaaS보다 더욱 강해지는 AI 리텐션(Smiling Curve + Expansion 메커니즘)

a16z는 또한 AI 제품이 장기적으로는 SaaS보다 더 강한 Retention과 더 높은 NDR(Net Dollar Retention) 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델 성능이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새로운 Workflow와 기능이 자연스럽게 사용자 행동에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떠났던 사용자도 다시 돌아오고, 기존 사용자들은 더 많은 사용량을 발생시키며 Smiling Retention Curve를 형성합니다. 특히 M9~M12 이후에는 사용량 기반 가격체계가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을 강화하면서 단순 유지가 아닌 매출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하단에 첨부 된 ChatGPT의 리텐션 그래프는 이와 같은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AI 제품의 리텐션은 ‘사용자 수 유지’를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누적되는 구조를 만들어내며 PMF의 강도를 더욱 높여줍니다.

<source: a16z>

3단계: 방어(Economic Moat) - 오마하의 현인이 주는 교훈

앞서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제품은 결국 리텐션을 통한 PMF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PMF를 찾은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회사는 어떤 해자(Moat)를 갖추어야 할까요?

혹자는 AI 시대의 해자가 속도(Velocity) 혹은 바이럴(Virality)이라고도 하고, 더 나아가 모멘텀(Momentum)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같은 요소들이 AI 제품 런칭 초기에는 유의미한 방어 전략일 수 있어도, 지속 가능성이 있는 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NFX는 ‘How AI Companies Will Build Real Defensibility’라는 글을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방어 전략을 Motte-and-Bailey Strategy 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바 있습니다.

<source: Generated by chatGPT>

Motte-and-Bailey는 중세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던 초기 형태의 성채 구조입니다. 모트(Motte)는 인공 언덕 위에 세워진 탑으로, 공격을 받을 때 최후로 대피하는 핵심 방어 거점입니다. 이는 외부 공격에는 강하지만, 공간이 작아 일상생활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베일리(Bailey)는 모트 아래의 넓은 평지에 위치한 마을형 공간으로, 성벽과 물이 찬 해자(Moat)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거주지와 창고가 있어 활동성과 확장성이 있지만, 모트에 비해서 방어력은 낮은 공간입니다.

NFX의 Pete Flint 파트너는 이 같은 중세시대의 Motte-and-Bailey 구조에서 착안하여 AI 스타트업이 방어력(Defensibility)를 갖추는데 필요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속도 중심의 경쟁 환경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단기적, 장기적인 방어 전략을 순차적으로 갖추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한 핵심 프레임워크가 Motte-and-Bailey 전략이며, 초기에는 빠르게 규모를 키우면서 ‘Bailey’를 만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Motte’가 될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 단계의 방어력을 만드는 요소인 Bailey는 크게 Distribution, Speed, Brand, Data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 Distribution: AI 시대의 GTM 전략(Community-Led Growth, Product-Led Virality)을 통해 초기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
  • Rapid Scaling: 빠른 Iteration 속도,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Compute scale을 확장하여 제품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개선하는 것
  • Brand Momentum: 경쟁 제품이 많고, 기능 격차가 적은 시점에는 브랜드 신뢰도를 쌓음으로 차별화하는 것
  • Data Moats: 독점적인 데이터(Proprietary Data)를 기반으로 제품 성능 격차를 통해 초기 경쟁 우위 확보하는 것

장기적인 견고한 방어력을 만드는 Motte는 결국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전통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 증가가 서비스 자체의 효용성을 증가시키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왓츠앱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나 우버와 같은 서비스들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견고한 제국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면 AI 시대에는 좀 더 진화된 형태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 Collaborative Context + Memory = Personal Utility Network
    • 사용자의 맥락과 메모리가 AI에 누적되며, AI와 더 많은 작업을 할수록 개인(또는 팀)의 고유한 선호와 규칙을 학습하는 구조 (ex. ChatGPT의 memory, Cursor의 팀 기반 구조)
  • AI-Native Distribution: Hub-and-Spoke Network Effects
    • TikTok과 같은 플랫폼에서 소수의 인기 콘텐츠를 집중 노출하여 사용자(크리에이터)의 참여를 유도하고,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 (ex. Character.AI에서 ‘Harry Potter’ 같은 인기 캐릭터가 플랫폼 전면 노출을 통해 하루 만에 수백만 대화를 생성하고 사용자 유입을 촉진)
  • AI-Agent Networks
    • Protocol Network Effect: 여러 Agent가 공통의 프로토콜로 대화하고 맥락을 공유함으로써, 한 Agent의 기능이 개선되면 전체 네트워크로 빠르게 퍼지는 구조 (ex. LangChain)
    • Action Library Network Effect: Agent들이 사용할 수 있는 API, Tool, Workflow 등이 확장되면서 모든 Agent의 기능적 성능이 강화 (ex. MCP 기반의 multi-agent workflow)

이와 같은 AI 시대의 네트워크 효과는 장기적으로 개인 및 조직의 워크플로우에 깊숙히 침투합니다. 이를 통해 문서나 가이드라인을 넘어 실제로 사용하는 데이터 구조까지 AI와 결합시키면서, Systematic Lock-in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AI와 조직의 전반적인 워크플로우가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탈출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며 장기적인 방어력인 Motte로 동작하게 됩니다.

<source: Generated by chatGPT>

경제적 해자와 워렌 버핏

그렇다면 기업이 해자를 만들고 견고한 성벽을 쌓는 전략은 언제부터 주목 받게 된 것일까요? 놀랍게도 기업 경영 관점에서의 해자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 입니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는 2025년 은퇴를 선언한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1986년도에 작성한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주서한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이후 워렌 버핏은 2000년대 초반에 경제적 해자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카테고리화하며, 버크셔 헤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반영합니다.

  • Brand Moat: 소비자가 대체 불가한 브랜드 (ex. Coca-Cola, Apple)
  • Network Effects: 사용자 증가가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 (ex. American Express)
  • Cost Advantage: 규모의 경제 기반 낮은 단가 구조 (ex. GEICO)
  • Switching Costs: 전환 비용이 높아지도록 만드는 구조 (ex. Moody's)
  • Regulatory / Licensing Moat: 규제 장벽을 통한 신규 경쟁자 진입 방지 (ex. BNSF Railway)
  • Intellectual Property Moat: 특허, 데이터 기반 (ex. Google)
<source: wikimedia commons>

이처럼 경제적 해자를 만들고 견고한 성벽을 쌓는 전략은 AI 시대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개념입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과 버크셔 헤서웨이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통해, 이미 우리 곁에 있는 많은 위대한 기업들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大) AI의 시대: 어떻게 불멸(不滅) 할 것인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많은 창업자들에게 지금은 마치 15세기의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에 버금가는 대(大) AI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빠른 변화 속에서 지금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는지조차 쫓아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에게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바뀌지 않는 것에 집중(Focus on the things that don't change)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source: wikimedia commons>

일론 머스크와 정주영의 일원칙 사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리텐션, 그리고 오마하의 현인이 이미 입증한 경제적 해자. AI 시대를 넘어 싱귤래리티의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 세가지는 바뀌지 않는 스타트업의 플레이북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창업자 여러분은 어떤 제품을, 그리고 어떤 회사를 만들고 계신가요? GPT-5.1, Gemini 3, Claude Opus 4.5가 출시할 때마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제품을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기술의 파도 위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본질'을 가진 기업을 만들고 있나요?

매쉬업벤처스는 대한민국에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다음(Daum, 현 카카오)의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대표님이 설립한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입니다.

오늘의집과 같은 유니콘 기업의 첫 번째 투자자로 함께 하였으며,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29CM), 캐시워크와 같은 모바일 시대를 대변하는 위대한 기업의 창업자들과 성장을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창업자들과 담대한 도전을 함께 하고있습니다.

AI 시대를 넘어 세대를 넘어서는 불멸의 기업을 만들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저희 매쉬업벤처스가 그 여정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
매쉬업벤처스와 그 시작을 함께 할 스타트업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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