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업자의 취향: Promptable vs Unpromptable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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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6, 2026

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의 박은우 파트너입니다. 2026년 2월, 실리콘밸리에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OpenAI의 President인 Greg Brockman이 X(Twitter)에 올린 한 줄의 글이 시작이었습니다.

"Taste is a new core skill."
"취향은 새로운 핵심 역량이다."

한편, Y Combinator의 창업자인 Paul Graham도 본인의 X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When anyone can make anything, the big differentiator is what you choose to make."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되면, 진짜 차별화는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Build fast, ship fast"를 외치던 실리콘밸리가, 갑자기 '취향'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도구의 희소 시대에서 풍요의 시대로

이번 논쟁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Product Manager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Aakash Gupta에서 나왔습니다.

"Taste was always a core skill. We just had a 30-year window where you could ignore it because execution was so hard that anything that worked at all felt like an achievement."
"취향은 언제나 핵심 역량이었다. 다만 지난 30년 간은 execution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일단 작동하기만 하면 그 자체가 성취였던 예외 기간이었을 뿐이다."

이 문장에 이번 논쟁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도구가 희소할 때는 기술이 가치였고, 도구가 풍부해질 때는 판단이 가치가 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1995년, Steve Jobs가 PBS 인터뷰에서 "The only problem with Microsoft is they just have no taste"라고 말했던 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막 대중화되던 시점이었습니다. 2002년, Paul Graham이 ‘Taste for Makers’라는 에세이에서 언급한 "Great work = Exacting taste + The ability to gratify it"은 인터넷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시작한 시점의 관찰이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AI가 코드 작성, 디자인, 카피라이팅,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의 거의 모든 실행(Execution)을 Commodity로 만들고 있는 지금, 이 패턴이 가장 극적인 형태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드를 시간 당 500줄 생산하는 엔지니어보다, 어떤 5줄이 존재해야 하는지 30분 고민하는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Promptable Taste vs Unpromptable Taste

그렇다면 Taste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실리콘밸리의 이번 논쟁에서 가장 도발적인 반론은 ‘당신의 취향이 AI보다 낫지 않을 수 있다’ 일 것입니다. 하지만 혹자는 취향의 90%가 암묵지이기 때문에 프롬프트로 전달하기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두 의견의 충돌에서의 논점을 Promptable Taste와 Unpromptable Taste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source: Generated by Gemini>

Promptable Taste: AI가 이미 잘 하거나, 곧 잘 하게 될 영역

‘이 UI를 Airbnb 스타일로 깔끔하게 만들어줘’, ‘이 광고 카피를 더 간결하게 다듬어줘’, ‘경쟁사 10개를 분석해서 정리해줘.’ 이런 지시는 레퍼런스가 존재하고, 기준을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AI는 이미 이 영역에서 인간의 평균을 넘었거나 빠르게 넘고 있습니다. 이것이 Promptable Taste입니다.

Unpromptable Taste: 창업자에게 진짜 요구되는 것

반면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판단의 영역이 있습니다. 가령,

‘이건 지금이 아니다’의 감각. 2025년에 AI Agent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과 2021년에 시작하는 것의 차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시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사이의 차이를 읽는 능력. 이건 데이터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 Feature는 빼야 한다’의 감각. AI에게 ‘이 Feature의 사용률이 낮으니 빼자’라고 지시하는 것은 Promptable합니다. 하지만 사용률이 높은데도 ‘이건 우리 제품의 방향이 아니다’라고 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람이다’의 감각. 초기 스타트업에서 Founding Engineer를 고르는 판단.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AI가 스크리닝 가능하지만, ‘이 사람이 우리 팀의 빈 조각을 채운다’는 감각은 AI에게 Prompt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가 진짜 문제다’의 감각. AI에게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내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답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중 어떤 문제에 10년을 걸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창업자 자신의 경험과 세계관에서만 나옵니다.

‘당신의 취향이 AI보다 낫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은 Promptable Taste의 영역에서는 유효합니다. AI는 이미 평균적 취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Unpromptable Taste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AI는 근본적으로 Pattern Matching Machine입니다. 하지만 Unpromptable Taste의 핵심은 ‘기존 패턴 자체가 틀렸다’고 선언하는 것, 즉 contrarian bet입니다. 트레이닝 데이터의 컨센서스를 벗어나는 판단은 AI의 구조적 한계 밖에 있습니다.

The Anatomy of Unpromptable Taste

여기까지 읽으시면 이런 반론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취향이라는 단어 자체가 모호한 것 아닌가?’ 이는 충분히 유효한 비판입니다. 이에 대해 Paul Graham은 앞서 언급한 2002년 에세이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취향은 주관적 감상이 아니라, 디자인을 계속 할수록 성장하는 객관적 능력이며,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된 원칙들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취향은 신비의 영역이 아니라 분해하고 훈련할 수 있는 구체적 역량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나는 Taste가 있고 너는 없다"는 식의 논의는 아무런 가치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Taste를 신비화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분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업자의 Taste 영역

창업자에게 Taste가 발현되는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Curation Taste - 빼는 능력입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아는 것. Steve Jobs는 "Focus is about saying no"라고 했습니다. 10개의 Feature 중 1개만 남기는 판단, 높은 사용률의 기능이라도 제품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빼는 판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Craft Taste - 만드는 능력입니다. 남긴 것을 어떤 수준으로 마감하는가. Apple의 전 디자인 총괄 Jony Ive는 이를 ‘Sustained care’라고 표현했습니다. 피상적 aesthetic이 아니라, 모든 결정에 의도(Intentionality)를 넣는 것. 디테일의 Quality에 대한 감각입니다.

Vision Taste - 보는 능력입니다. 남들이 아직 못 보는 것을 먼저 감지하는 것. Peter Thiel이 ‘Zero to One’에서 말한 ‘Definite Optimism’, 즉 미래에 대한 구체적 확신을 갖는 능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매쉬업벤처스가 선호하는 창업자의 Taste Engine

그렇다면 이 세 가지 Taste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엔진은 무엇일까요? 매쉬업벤처스는 뛰어난 창업자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역량을 오랫동안 관찰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역량이 바로 Taste를 구동하는 엔진이라고 생각합니다.

<source: SpaceX>

First Principle Thinking(일원칙 사고) - Taste의 정확성을 만드는 엔진. 기존 패턴을 해체하고 본질을 보는 능력입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바 있듯, 일론 머스크가 로켓의 원가를 원재료 단위로 다시 계산한 것, 정주영이 퇴역 유조선으로 방조제를 쌓은 것 모두 First principle thinking의 산물입니다. AI가 Pattern matching machine이라면, First principle thinking은 그 정반대, 즉 기존 패턴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사고입니다.

Meta-Cognition(메타 인지) - Taste의 적응성을 만드는 엔진. 자기 판단의 한계를 알고, 시장의 피드백으로 반영하는 능력입니다. 시장에 대한 겸손함, 팀 구성에서의 겸손함이 여기서 나옵니다. Paul Graham이 "Taste can be cultivated"라고 했을 때, 그 cultivation의 메커니즘이 바로 메타 인지입니다. 과거의 내 판단을 돌아보고, ‘그때는 왜 저걸 좋다고 생각했지?’라고 묻는 능력이 Taste를 정제합니다.

Long-term Thinking(장기적 사고) - Taste의 지속성을 만드는 엔진. 아직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은 확신을 2~3년 견디는 능력입니다. Jeff Bezos가 "서점이 왜 서버를 파느냐"는 주주들의 질문을 견디며 AWS를 만들었듯이, 장기적 사고가 없으면 Taste는 창업자의 변덕이 됩니다.

이 세 엔진 중 하나라도 빠지면 Taste는 불완전해집니다. 일원칙 사고가 없는 Taste는 유행 따라가기(남의 Taste 복제)가 됩니다. 메타 인지 없는 Taste는 독선(시장이 뭐라 하든 내가 옳다)이 됩니다. 장기적 사고가 없는 Taste는 변덕(매번 다른 방향)이 됩니다.

Taste × Competency Matrix

앞서 언급한 세 가지 Taste 영역과 세 가지 엔진을 교차하면 3x3 Matrix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중 AI 시대에 특히 주목해야 할 교차점은 대각선을 따라 나타나는 세 가지입니다.

Curation Taste Craft Taste Vision Taste
First Principle O
Meta-cognition O
Long-term Thinking O

1. Curation × First Principle. ‘이건 왜 있어야 하지?’라고 묻고, 관성적으로 넣어왔던 것을 제거하는 판단입니다. Steve Jobs가 iPhone에서 물리 키보드를 뺀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모든 시장 데이터가 반대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는 터치스크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의 전제 자체를 해체했습니다. 이 교차점은 Unpromptable Taste 중에서는 가장 Promptable에 가까운 영역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Craft × Meta-cognition. ‘내가 만든 이 결과물, 내 눈에만 좋은 거 아닌가?’ 시장과 사용자의 피드백으로 Craft를 끊임없이 정제하는 판단입니다. 이 교차점이 없으면 Taste 논의는 ‘감 좋은 천재에 대한 찬양’으로 전락합니다. AI 시대에 Granola의 Chris Pedregal이 "AI makes it easy to demo, but hard to sustain delight"라고 말한 것, 그리고 여러 AI 기능을 과감히 버리고 하나의 Core Interaction에 집중하여 리텐션을 만들어낸 것이 이 교차점의 좋은 사례입니다. Taste가 독선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3. Vision × Long-term Thinking. ‘지금은 시장이 없지만,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데이터 없이 2~3년 유지하는 판단입니다. 이것이 AI가 구조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며, Unpromptable Taste의 정점입니다. AI는 현재 데이터에 기반해서 판단하지만, 이 교차점의 창업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 확신(Conviction)을 시장이 따라올 때까지 견딥니다.

대각선을 따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Promptable에서 Unpromptable로의 그라데이션이 나타납니다. AI가 commodity로 만드는 영역과, 오히려 더 희소해지는 영역의 경계가 이 대각선 위에 있습니다.

K-Startup Ecosystem: Execution의 시대에서 Taste의 시대로

이 논의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특히 유효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실행 속도(Execution speed)가 경쟁력인 시장이었습니다. ‘빨리빨리’ 문화가 스타트업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남보다 빨리 만들고 빨리 런칭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루었듯이, 한국 SaaS 시장의 성장도 글로벌 레퍼런스를 빠르게 현지화하는 모델에서 상당 부분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AI가 Execution speed를 평준화시키고 있습니다. 코드 작성, 디자인, 마케팅 카피 등 과거에 수주가 걸렸던 작업은 이제 클릭 몇 번이면 수시간만에 끝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빨리 만드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스타트업의 전통적 강점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창업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한국 VC 시장은 지표(Traction) 중심의 평가를 해왔습니다. MAU, GMV, 매출 성장률. 이것들은 모두 Promptable한 지표입니다. 측정 가능하고, 비교 가능하고, 벤치마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창업자의 Taste를 평가하는 체계적 방법론은 부족했습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정답 찾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의 판단력’ 즉, Taste를 훈련하는 구조가 취약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 창업자에게 Taste가 없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 생태계가 Taste를 키우고 보상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던 것입니다. AI 시대에 이 구조적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매쉬업벤처스가 Taste를 보는 방법

스타트업의 첫 번째 파트너를 지향하는 투자자로서, 저희가 보려는 것은 결국 창업자의 Unpromptable Taste입니다. 제품도 지표도 불완전한 시점에서,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신호입니다.

"왜 이 문제인가"를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는지. 다른 사람의 프레임워크를 빌려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관찰에서 나온 고유한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창업자. 이것이 Problem Taste의 Proxy입니다.

"경쟁사 대비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Feature list가 아닌 관점의 차이로 답하는지. "우리는 이 기능이 더 있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봅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창업자. 이것이 Vision Taste의 Proxy입니다.

제품 데모에서 "이건 일부러 안 넣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기능이 적은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뺀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창업자. 이것이 Curation Taste의 Proxy입니다.

Focus on the things that don't change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힙합 앨범
Rick Rubin, ‘Beastie Boys - Licensed to Ill‘ (1986)
<source: wikipedia>

Grammy 9회 수상에 빛나는 전설적인 음악 프로듀서 Rick Rubin은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고, 믹싱 보드도 다루지 못합니다. Anderson Cooper가 60 Minutes 인터뷰에서 "그럼 무엇으로 돈을 받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The confidence that I have in my taste."
"내 취향에 대한 확신."

AI 시대에 바뀌는 것은 많습니다. 코드 작성 방식, 디자인 프로세스, 데이터 분석 방법론.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는 판단, 무엇을 빼야 하는지 아는 감각,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에 확신을 갖는 용기. 이것이 Unpromptable Taste이고, AI 시대에 오히려 더 희소해지는 창업자의 핵심 역량입니다.

이전 글에서 제프 베조스의 말을 빌려 "바뀌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AI 시대의 불멸의 플레이북에 이어, 저는 Taste야말로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창업자의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당신은 무엇을 만들지 선택할 수 있는 taste를 갖고 계신가요?

매쉬업벤처스는 그 Taste를 가진 창업자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창업의 매력에 빠져 초기 투자를 시작했다.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뷰노(IPO), 뉴플로이 등 수십 건의 초기 투자를 성사시켰고, 직접 투자했던 딥테크 스타트업 니어스랩의 CSO로 합류해 300억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30여 개 국가 진출을 이끌었다.

현 매쉬업벤처스 파트너
전 니어스랩 CSO
전 본엔젤스 심사역

세상을 바꾸는 변화,
매쉬업벤처스와 그 시작을 함께 할 스타트업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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