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적인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Moat이 생기는 곳
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 박은우 입니다.
지난 글에서 Physical Intelligence의 Quan Vuong이 선언한 'Robotics의 GPT-1 Moment'를 다뤘습니다. Foundation Model이 로보틱스의 오래된 장벽이었던 Hardware, Autonomy Stack, Compute 라는 세 축을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업계의 시계는 더 빨라졌습니다. OpenAI의 첫 인턴 출신으로 현재 NVIDIA에서 Physical AI 분야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Jim Fan은 Sequoia Capital 초대 강연에서 지금을 'GPT-2 moment'로, 미국의 Top-Tier VC인 Bessemer는 'GPT-2.5 moment'로 규정했습니다. Buzzword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석 달 만에 빅테크와 투자사들이 앞장서서 시점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존 주장을 뒤집는 듯한 흥미로운 관점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인 Applied Intuition의 행보를 다룬 a16z 아티클은 오늘날의 기술적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습니다.
"For years, autonomous systems were limited by the models themselves. That constraint has eased."
"수년간 자율주행 시스템은 모델 그 자체에 의해 제약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 제약은 완화되었습니다."
모델이 모든 로보틱스의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모델의 중요성이 완화되었다는 주장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두 문장은 같은 말입니다. 장벽이 무너졌다는 것은 모델이 더 이상 차별화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π0의 weights를 다운로드할 수 있고, Cosmos를 쓸 수 있고, GR00T 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아티클에 인용된 Applied Intuition CTO Peter Ludwig의 발언도 정확히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Intelligence is moving down a steep price curve. The autonomy layer itself will trend toward abundance."
"지능은 가파른 가격 하락 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자율성 레이어 자체는 점점 흔하고 풍부해질 것입니다."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더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범용 모델은 더 훌륭해졌지만, 물리 세계의 문제에서는 모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전체 솔루션의 1%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just the model is not enough. That's like 1% of the full solution"
그렇다면 질문이 바뀝니다. 지능은 이제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으며, 전통적인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음 Moat은 어디에 생기는가.
Physical AI의 새로운 세 가지 Moat
Hardware, Autonomy Stack, Compute 라는 세 축이 사라지는 자리에 생기는 새 Moat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과거의 장벽이 '이미 가진 자들만 진입할 수 있는 벽'이었다면, 새 Moat은 '현장에서만 축적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① Field Access: 현장 접근권이라는 자산. 공장 내부, 병원, 물류 창고의 데이터는 인터넷에 없습니다. 계약과 규제라는 장벽을 넘은 팀만 접근할 수 있고, 접근한 시간만큼만 쌓입니다.
② Engineering Loop: 배포 루프의 속도. 같은 모델을 쓰는 두 회사의 격차는 '요구사항 → 검증 → 배포 → 모니터링' 루프를 얼마나 빨리 도는가에서 생깁니다. Applied Intuition은 이 루프를 에이전틱 플랫폼으로 재구축한 뒤 개발 사이클을 20배 단축했다고 주장합니다.
③ Operator Economics: 경제성의 확보. 로봇 한 대가 흑자가 되기 전에 확장하지 않는 것. 로보틱스 역사상 가장 많은 회사가 Unit Economics를 달성하지 못 해서 무너졌습니다.
자산, 속도, 경제성. 셋 다 모델 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셋 다 자본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① Field Access - 시뮬레이션이 채우지 못 하는 라스트 마일
'현장 데이터가 Moat'이라는 주장에는 강력한 반론이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이 이미 그 병목을 풀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Sim2Real은 전세계 Physical AI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입니다. Fei-Fei Li의 World Labs는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회사 SceniX를 인수하며 실제 환경을 시뮬레이션으로 옮기고,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정책을 다시 실제 로봇에 전이하는 Real-to-Sim-to-Real 엔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시뮬레이터가 Linchpin(핵심 연결고리)'입니다. NVIDIA Cosmos 3, DeepMind Genie 3도 같은 방향입니다. 올해 1분기에만 World Model 회사들에 수조 원이 몰렸습니다.

시뮬레이션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방향성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예측이 가장 약해지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물리적인 접촉(Contact)입니다.
로봇이 물리 세계에서 일한다는 것은 결국 언젠가는 세상과 닿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접촉은 시뮬레이션이 가장 취약한 영역입니다. 국내의 한 로보틱스 연구자는 접촉 문제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습니다. 로봇이 물체와 떨어져 있을 때와 닿아 있을 때는 서로 다른 Dynamics가 작동하고, 닿는 순간 최적화 지형 자체가 불연속으로 바뀐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 힘을 줄 것인가' 이전에 '언제 어디에 닿을 것인가'를 찾는 것 자체가 미해결 문제라는 것입니다. MIT의 로보틱스 석학 Rodney Brooks가 "비전 데이터만 모으는 것은 올바른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도 유사한 지적입니다. 인간 손끝의 촉각이 만드는 Contact-Rich Manipulation은 카메라로도, 시뮬레이터로도 완전히 재현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래서 시뮬레이션은 안 된다'가 아닙니다. Sim2Real Gap은 빠르게 좁혀질 겁니다. 핵심은 Gap이 좁혀지는 동안 누가 무엇을 축적하는가입니다. 시뮬레이션이 90%를 채워도, 실제 접촉, 마찰, 그리고 현장의 Long Tail과 같은 라스트 마일은 현장에서 로봇을 운영해본 팀에게만 쌓이는 자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자산은 자본만으로 구할 수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쌓이는 것은 데이터만이 아닙니다. 호텔 로봇 회사 Bellboy의 창업자는 '2번 엘리베이터가 3번보다 빠르다'와 같은 건물마다 다른 비정형 Context를 로봇에게 주입하는 레이어가 예상 밖의 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이 Context는 어떤 Foundation Model에도 존재하지 않고, 그 건물에서 산 로봇에게만 있습니다.
② Engineering Loop - 격차를 만드는 속도
두 번째 Moat은 반복할 수 있는 속도(Iteration Speed)입니다.
Physical Intelligence의 Quan Vuong은 Physical AI의 본질적 전환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You're converting it from a very difficult engineering problem into an operation problem."
"매우 어려운 엔지니어링 문제를 Operation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모델의 발전으로 인해 폐쇄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면, 남는 것은 실제 운영에 기반한 End-to-End 엔지니어링입니다. 워크플로우의 어느 지점에서 로봇이 동작할지 식별하고, Scrappy하게 데이터를 모으고, 배포하고, 실패를 관찰하고, 다시 배포하는 루프를 얼마나 빨리 돌릴 수 있는지가 바로 새로운 Moat 입니다. 앞서 언급한 Applied Intuition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완성차 상위 20곳 중 18곳을 고객으로 두고, 배포 빈도를 수 주에 1회에서 하루 수 회로 끌어올린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End-to-End 루프의 반복 속도에서 이미 격차를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a16z는 The physical AI deployment gap이라는 아티클에서 랩에서 성공하는 policy가 현장에서 60%로 떨어지는 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랩과 현장의 Gap을 메꾸는 것이 바로 Engineering Loop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Moat를 판단할 수 있는 질문도 바뀌어야 합니다. '모델 성능이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지난달에 몇 번 배포했는가'로 말입니다.
③ Operator Economics - 연구자와 오퍼레이터가 바라보는 동일한 방향
세 번째 Moat은 스타트업에 있어서 가장 오래된 지표이지만, Physical AI 분야에서는 가장 자주 무시되는 요소입니다. 바로 Unit Economics 입니다.
모바일 시대의 부흥을 이끌었던 컨슈머 기업들에게 Unit Economics는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기술 중심의 AI 시대에 접어 들면서, 특히 Physical AI와 같은 딥테크 분야에서는 경제성이라는 것이 후순위로 밀린 듯한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와 오퍼레이터 양측에서 경제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부각을 시키고 있습니다.
우선 연구자 쪽은 Physical Intelligence의 Quan 박사입니다. 그의 Vertical Playbook에서 Mixed autonomy로 로봇 한 대의 Break-even을 먼저 만들고, 흑자가 된 후에야 확장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Boston Dynamics의 Atlas는 공중제비를 돌지만 아직 수익을 못 냅니다. 한 대가 적자면 천 대는 천 배의 적자일 뿐입니다.
.jpg)
오퍼레이터 쪽은 8년의 스텔스 모드를 깨고 돌아온 우버 창업자, Travis Kalanick입니다. 그가 최근 a16z 팟캐스트에서 Atoms의 사업을 설명하는 방식은 Physical AI 업계의 표준 담론과 완전히 다릅니다. Foundation model도, 데이터 플라이휠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배달 한 건 비용인 $12를 자율주행으로 $1 이하로, 한 끼 조리 인건비인 $6를 로봇으로, 부동산 비용 $2~3를 멀티테넌트 구조로 만들 수 있다는 Unit Economics만이 등장합니다. 그의 프레임에서 로봇은 기술이 아니라 원가 구조입니다. 휴머노이드의 미래에 대해서도 휴머노이드도 자리가 있겠지만, 산업적 스케일로 효율을 내는 특화 로봇의 공간이 훨씬 크다는 논지를 강하게 설파하고 있습니다.
물론 Atoms의 창업자 Kalanick 본인도 기나긴 마라톤의 시작점에 있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프론티어에서 기술을 만드는 연구자의 Playbook과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오퍼레이터 출신 창업자의 원가 분석이 같은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Unit Economics를 증명할 수 있는 Physical AI 제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Moat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Physical AI
1편에서 저는 한국이 Physical AI의 가장 완벽한 테스트베드라고 말했습니다. 제조업 GDP 비중 OECD 2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감소와 같은 맥락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정학적인 다이나믹스가 그 위에 얹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신규 수입을 금지하면서, 시장은 단절되고 있습니다. 이 구도에서 로봇의 몸을 만들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은 그 짧은 리스트의 맨 위에 있습니다.
물론 한국 Physical AI 업계에서도 기회만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에서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로보틱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 대해 다루면서 버블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매쉬업벤처스는 투자사로서 Physical AI 기업을 볼 때, 앞서 다룬 세 가지 Moat을 갖출 수 있는지를 유의깊게 검토합니다. 남들이 들어가지 못 하는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가(Field Access). 얼마나 자주 배포할 수 있는가(Engineering Loop). 로봇 한 대만으로도 경제성을 만들 수 있는가(Operator Economics).
이 기준에서 한국 창업자들에게 우위는 존재합니다. 한국은 제조업 직원 1만 명당 로봇 1,220대로 로봇 밀도 압도적 세계 1위입니다. 2위 싱가포르(818대)와 3위 독일(449대)을 큰 격차로 앞섭니다. 로봇을 현장에 적용해본 경험이 가장 많이 축적된 나라라는 뜻이고, 그 현장은 Google도 OpenAI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1세대 Physical AI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비행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시절, DJI와 같은 기업이 들어오지 못 할 현장에서 Moat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독자적인 Moat를 갖고 성장하면서,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팀과 현장을 모르는 팀의 격차는 데모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 배포에서는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매쉬업벤처스의 Physical AI 포트폴리오에도 이 세 가지 기준을 실제로 적용했습니다. 리보틱스는 인프라 변경 없이 기존 공장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지게차로 남들이 진입하지 못하는 현장에 이미 들어가고 있고(Field Access), 컨포트랩은 노코드로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며 배포 사이클 자체를 제품으로 만들었으며(Engineering Loop), 카멜레온은 만성 인력난의 호텔 하우스키핑 현장에서 로봇 한 대 단위의 경제성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Operator Economics).
다시, 4년
Physical Intelligence의 Quan은 2028~2029년이 로보틱스의 ChatGPT Moment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 업계와 투자자들은 그 시계가 더 짧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시간 동안 모델은 계속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모델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모델은 차별화가 아니게 됩니다. 남는 것은 현장에서만 쌓이는 자산, 루프의 속도, 그리고 경제성을 먼저 만드는 제품과 사업모델일 것입니다.
남들이 못 들어가는 현장에서, 로봇 한 대의 Break-even을 먼저 만들면서 스마트하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창업자를 찾습니다. 그 여정에 첫 번째 믿음을 드리는 일을 매쉬업벤처스가 함께 하겠습니다.
